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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 :  한국                                                              제 작 : 이탈리아
상영 시간 : 95분                                                         상영 시간 : 118분
제작 년도 : 1987년                                                      제작 년도 : 2008년
감 독 : 임권택                                                            감 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각 본 : 송길한                                                            각 본 :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출 연 : 강수연                                                            출 연 : 크세니야 라포포트(Kseniya Rappoport)
          이구순                                                                      미첼 프라치도(Michele Placido)
          윤양하                                                                      클로디아 게리니(Claudia Gerini)
          김형자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방희                                                                                              (Pierfrancesco Favino)
                                                                                         피에라 데글리 에스포스티(Piera Degli Esposti)

촬 영 : 구중모                                                           촬 영 : 파비오 자마리온(Fabio Zamarion)
음 악 : 신병하                                                           음 악 :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반인륜적이고 슬프다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아이를 낳아서 자신이 기를 수 없다는 것..그건 정말이지 앞뒤를 다 잘라도 한 인간에게 특히 여자에겐 가장 잔인한 징벌이 아닐 수 없다.

1987년도에 만들어져(흐흡 만들어진지 22년이 지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한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씨받이>는 당시 인권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시대상을 생각한다면, 꽤 드라마틱한 영화 소재의 구현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뜻하지 않게 해외 영화제에 소개되고 여주인공이 수상하고 떠들썩 해지자 일부 언론에서 국내의 비인권 사각지대를 무시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표현으로 국제적으로 나라망신을 시킨다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단순한 영화 소재만은 아니었다. 시대를 과거로 거슬러 표현하긴 했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는 해외입양이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 나라에서 자신의 아이를 버리거나 빼앗기거나 키울 수 없다는 건 현실에서도 크게 변화지 않았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냥 영화의 소재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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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 <씨받이>가 공개된지 20년이 흐른 지금 비슷한 소재의 영화 <언노운 우먼>이 개봉했다. 단순한 스릴러 영화인줄 알고 보러 갔다가 꽤 많이 놀라고 흥미로웠는데 이유는 ...근래에 본 영화 중에 가장 내러티브가 살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 편집도 매력적이었고.낯선 여자 주인공의 명연기에 영화 속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홍보자료를 찾아보니 주세페 토르나토레란 이름과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이 단순히 21세기의 씨받이 여자라는 흥미 이상의 내용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쉽게 납득할 수 있게 한다. 영화는 꽤 빠르게 진행되고 그 안에 슬픔과 아픔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욕망을 아주 지능적으로 믹스해서 영화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의 영화들이 달짝지근한 속삭임처럼 눈에 발린 화면에 집중하고 빠른 편집에 경도되는 것과는 달리 탄탄한 극적 구성과 표현이라는 영화의 기본기에 충실함으로 해서 영화적인몰입을 높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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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받이>는 과거 우리의 조선시대 야사(혹은 정사 일지도 모르겠다.) 양반가에서는 대(代)를 잇기 위해 아들을 필요로 했고..그를 위해 정부인의 합의 아래 첩을 두고 그마저도 안되면 씨받이를 들여 마치 정부인이 아이를 낳은 것처럼 대를 이었다. 영화는 그런 설과 사실을 소재로 해서 극적으로 영화화 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것은 어린 소녀를 대상(막 16살 정도가 되면 바로 이 작업이 가능하다는 설정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이 주는 애잔함이다. 그 시대야 머 16세 정도면 이미 과년해 시집들을 가고 했다지만, 지금의 실정에 생각해 본다는 결혼은 고사하고 그 나이에 남의 집에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 노릇을 한다는 것은 몸음 해 낼 수 있었겠지만, 마음이나 정신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 면에서 영화 <씨받이>에 등장하는 씨받이란 단순한 애기를 낳는 도구로서의 여성의 삶, 아직 어린 아이라고 봐도 좋을 여자가 겪는 인간적인 고통과 가진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젊음 마저 이용한다는 현실이 적잖이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 흥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영화 속에 인간적인 고뇌가 묻어있기 때문이며 가난하고 나약한 인간에 대한 애잔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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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노운 우먼>은 감독이 20년 전에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사는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돈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그걸 기억해 두었다가 영화화 했다고 하는데 문명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예전 우리 조선 시대야 명분과 남의 눈 때문에 그런일이 벌어졌다지만(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적인 잔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의 이탈리아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생산 도구화 하여 생명을 연장하고 살아야 한다는 데 있어서 지독히 발달한 자본주의의 비애를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런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소재지만, 그 안에 모성과 엄마가 있기에 영화는 아름다운 결말을 선사한다. 자신의 인생에 그저 좌절에만 묶어두지 않고 사랑과 그리움으로 딸을 찾아나선 한 여성. 영화는 그 딸마저 친 자식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랑과 애정을 쏟아 만들어진 인간관계에서 그런 사실관계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낳았지만,어디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지 모르는 것과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자신의 남은 것을 모두 전해 준 존재..역시 단순한 생물학적 핏줄로만 의미를 매길 수 없는 부분을 통해서 영화는 극적인 절정을 선사한다.

너무나 영화적인 실제 사건을 정말 영화적인 정공법으로 전해주는 이 영화는 클래시컬한 매력을 통해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원래 모습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묵직하고 슬픈(아이를 막 낳고 가슴에서 모유가 흘러 옷을 적시는데도 아이는 뼤앗겨져서 이미 없는 장면에서는 슬픔의 극치였다.) 소재를  인간적인 비애를 느끼게 까지 해서 마음은 무거웠지만 영화보는 재미는 나쁘지 않았다. 얼굴은 40대지만 몸은 70대 같은 여성의 삶을 극적으로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Kseniya Rappoport)라는 이름도 기억해 둘만 하다. 영화 <씨받이>에서 아이를 빼앗는 이유가 남의 시선.이른바 대를 이어야 한다는 대의 명분에 있다면 영화 <언노운 우먼>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씨받이로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추악한 자본가의 모습이 비 인간적인 패륜아 이미지와 겹치면서 강하게 부각된다. 이유야 각각 달랐지만 영화 속의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현실에 반기를 들만한 힘이 없다는 공통점을 통해서 모성을 버려야 하는 여성의 고통에 대해서 치열하게 표현한다. 두 작품 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나라의 이미지를 정극과 스릴러 비법을 통해서 의미 있게 그려낸 수작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들을 명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야 영화의 소재로 흥미로운데.."라고 하는 걸 단순히 흥미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모티브를 많이 전해주기 때문에 그들을 명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두 영화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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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9. 7. 1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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