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일본, 후지TV 총 11부작

감 독 : 이시이 유스케(石井祐介), 타나카 료(田中亮)
각 본 : 야마자키 이에코(山崎宇子), 사카구치 리코(坂口理子)

음악 : 스에히로 켄이치로(末廣健一郎), 마유코(MAYUKO)

 
출 연 

칸노 미호(菅野美穂), 아마미 유키(天海祐希)  
          타마키 히로시(玉木宏), 코이치 만타로(小市慢太郎)

미요시 아야카(三吉彩花), 이토 아유미(伊藤歩)

후쿠다 아야노(福田彩乃), 이시바시 료(石橋凌)

이치게 요시에(市毛良枝), 카지 메이코(梶芽衣子)

이리에 진기(入江甚儀), 하루미 시호(春海四方)

나카무라 유리(中村ゆり), 아오야기 쇼(青柳翔)

이치카와 미와코(市川実和子), 히가시데 마사히로(東出昌大)

나가에 유우키(永江祐貴), 사로(Sharo)


음악

마유코(Mayuko), 스에히로 켄이치로(末廣健一郎)


출처 : http://www.fujitv.co.jp/kekkon_shinai

- 수업 -

드라마의 제목처럼..드라마 속의 주인공은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금전적인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와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실제로 드라마는 일본의 젊은이틀이 통계로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결혼을 하고 있지 않다고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 회마다 수업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물꼬를 트는 극 안의 타니가와 슈지 교수의 데이터들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현실을 수치화 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우리나라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회 구조가 변하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도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빨리 변해가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결혼인지도 모른다. 전쟁 전후 세대들에게 있어서 종족 보존이란 꽤나 실존적인 운명이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살아가는 것 혹은 살아 남는 것에 대한 본능은 어딘가로 로켓으로 쏘아 날려진 느낌이다. 무언가 후 세대에 자기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보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그저 잘 쓰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어찌보면, 생존적으로 절박함이 덜한 생명체가 스스로 자가도태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한편으로 결혼이라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성분확인보다는 '지금의 나'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 지면서 결혼이라는 것은 그냥 사회적인 제도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된다. 슈지 교수가 보여주는 사회적인 변화를 걱정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도 느린 결혼생활, 제도 안에서의 확인 보다는 실존적인 존재를 택하는 모습은 현재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나 혹은 세대를 초월한 이들의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의 슈지 교수의 강의를 보면서 인생의 과정 속에 들어 있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수업 삼아 대뇌어본다. 드라마를 보는 모든 이들의 자신의 삶에서 결혼을 다시 위치 시켜보고 생각해 본다면 슈지 교슈의 수업은 나도 듣고 있었고, 어찌보면 결혼만한 인생수업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의 말미, 하루코와 함께 동거 하게 된 슈지 교슈가 결혼증명서를 내보이며, "우리에겐 필요없겠지?" 라는 말 속에서 제도 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드라마는 보는 이들에게 결혼에 관한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출처 : http://www.fujitv.co.jp/kekkon_shinai

- 우정 -


우연히 사랑에 줄곳 실패하는 치하루가 즐겨 찾는 동네의 자그마한 정원 같은 공원.. 그 공원에 가끔 들르는 골드미스 하루코.. 이 둘은 그 정원의 팬으로 그 정원을 디자인 한 사람으로 만나게 되지만, 나이를 뛰어 넘어 소소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치하루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결혼, 결혼을 해야 할 것 같고, 남자에게 사랑도 받고 싶고, 그렇지만 누굴 사랑하는지도,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저 착하기만 한 아가씨. 요즘 참으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는 아가씨. 마음이 여린만큼 상처도 쉽게 받는다. 반면, 하루코는 치하루의 대척점에 있어 보이는 하루코. 같은 회사의 상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지만, 궂이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확인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멘탈 강한 사람.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삶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서 받아들이는 사람, 성숙한 한 인간의 정형을 볼 수 있는 캐릭터로 같은 여자로써 꽤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모두가 다 그렇게 되고 싶으나,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데, 사랑은 자신을 배신하지만, 일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학이 부딪히는 순간,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조금씩 방향을 트는 것을 보면, 사랑도 일도 또 사람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드라마는 이 두 캐릭터의 대비를 통해 결혼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생에 어떻게 자리 매김하는지에 따라 삶의 색깔이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옹골차게 던진다. 여느 대학 기숙사나 회사 기숙사 같은 곳에서 흔이 오고 갈만한 대사들이지만, 실제로 그것이 고민이 되는 이들, 그 시간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꽤 공감이 되는 대화가 많고, 이 둘의 우정은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야채칩 처럼 "빠지직, 바스락" 영양가득하다.


출처 : http://www.fujitv.co.jp/kekkon_shinai

- 꽃 -



인생에서 꽃이 주인공이 예식 두가지 ..바로 결혼식과 장례식.. 드라마는 이 둘에도 꽃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담아두어 정말이지 꽃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서로 이어주는 훌륭한 메신져 이다. 치하루와 하루코가 만나는 계기도 정원의 꽃, 준페이와 치하루가 만나는 것도 꽃, 하루코와 슈지 교수가 만나는 것도 꽃.. 꽃은 그것이 매개가 되어 서로를 이어주며 같은 세계에 있음을 알려주는 증표처럼 등장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꽃을 가까이 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도 아 꽃울 가까이 하는 삶이란 참 정서적응로 풍족하구나, 저 많은 꽃들과 꽃말이 우리 삶과 이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예쁘게 드라마를 감상한 것 같다. 에피소드 곳곳에 꽃말과 함께 배치한 작가의 놀라운 센스와 감각은 역시 디테일, 세세한 곳까지 신경쓰는 일본드라마의 만듬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생활을 여유롭게 풍족하게 하는 꽃, 다양한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꽃을 구경할 수 있는 이 드라마는 마음도 푸근해 지지만, 무엇보다 눈이 즐거운 드라마이다. 소박한 국화 한송이라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눈에 익은 배우들 사이로 촘촘히 등장하는 낯선 꽃들, 몰랐던 꽃말은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일본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소소한 디테일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드라마를 보게 되면,아 꽃! 정말 가까이 하고 싶고, 또 배워보고 싶은 것이다.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할 만큼 꽃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출처 : http://www.fujitv.co.jp/kekkon_shinai


- 결혼은 결과가 아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결혼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형태로 결혼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불륜을 정리하고 '결혼'이 아닌 '함께 살아감' 을 선택한 하루코나, 사랑하지만,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치하루. 이 둘 모두에게 결혼은 삶의 어떤 중요한 결정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 성적표를 받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결혼도 결혼하기 위한 노력도 다 인생의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대뇌이며, 살아갈까? 결혼 한 사람들은 이미 결혼했으니 뭐 달라지랴 이런 마음으로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혹은 남자,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호기심..에 함몰되어 보통은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이 결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크게 인식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있겠지만, 결혼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이후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대뇌었으니, 드라마는 결혼에 대해 제대로 질문을 던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 드라마 속 대사 -


"보통 누구든지 걸을 수 있죠? 아니, 저도 가끔 그럴 때 있어요. 나는 당연한 일을 왜 못할까 하고. 다들 평범하게 하는 일을 왜 나만 못할까 하고 자주 생각해요.-쿠도 


"하루코 씨에게 있어서 결혼 조건은 바뀌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이네요.-치하루


"아무도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도 조건일지도"-하루코


"결혼은 두근거림 보다는 생활이니까-치하루 친구


"조심해, 외로움은 연쇄작용을 하니까. 한 쪽이 위로해주면 반으로 줄지만, 외로운 사람이 두 명 모이면, 2배가 될 뿐이니까"-하루코


"나도 강하지 않아 그냥 커피를 마시고, 버티고 있을 뿐이야."-하루코


"누군가에게 받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치하루


"인생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는 거지"-하루코


"그럼, 쓴 커피의 맛을 알아가는 것이 어른의 즐거움일지도 몰라."-하루코 엄마


"미안한테, 난 꽃은 좋아하지만, 꽃을 기를 생각이 전혀 없어서, 무엇보다 무언가를 기른다는 것은 꽤나 에너지 소모가 커서..."-타니가와 슈지 교수


"엄마에게 있어서 치하루랑 치나츠의 성장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어."-치하루 엄마


"그래도...무언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쿠도


"나한테는 괜찮냐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없구나 혼자라는 게 이런거구나. 부딪혀도 쓰러져도 혼자구나."-마리코


"사람은 말야 앞을 너무 봐도, 과거를 너무 봐도 조급해 지는 것 같애. 꽃은 수명이 짧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활짝 피어 있는 거겠지?"-하루코


"정원을 운반 해 주는 사람, 어머니께서 저를 그렇게 부르셨었어요. 밖에 나가실 수 없는 어머니께는 꽃 한송이도 정원인 거죠."-타니카와 슈지 교수


"완성이랄까? 내 경우는 헤어지는 느낌이야. 이제 헤어지자는 마음이 들 때 처음 그 그림에 사인을 하게 되더라고."-쿠도


"근조화로 빨간 포인세티아는 상식 외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합니다만, 유언을 남기셔서요. 포인세티아로 마지막 인사를 해 달라고, 아버지께서 프로포즈 할 때 주신 꽃이래요.."-타니카와 슈지 교수


"결혼이라는 것은 그런 걸지도 몰라요. 그 전까지 남이었던 둘이 어느날 함께 살아가조 맹세하고, 그 후 반세기가 흘러 둘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뜨고 나머지도 이 세상을 떠나는 그 마지막 때까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방의 행복을 비는 거죠."-타니카와 슈지 교수


"내가 네가 있을 곳이 되어 줄께."-타카하라


"사람의 사능성은 무한대인데, 재능이 없다고 단정 짓는 건 이상하다고...아직 빛나고 있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10년 후에 노력과 정열로 재능이 펼처질 가능성도 있다고..."-치하루


"그러니까 그런거 아닐까요? 옆에 누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되는 거 아닐까요?"-쿠도


"치하루, 결혼은 골이 아니야. 하나의 통과점에 지나지 않아. 거기에서부터 같은 매일 매일이 계속 이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매일을 함께 쌓아 갈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치하루 엄마


"네가 좋아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효도하는 게 아닐까?"-쿠도 형


"지금까지 계속해서 결혼하지 않으면 행복이 도망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조급한 마음에 실수도 많이 했고, 하지만 그건 나다운 행복이 뭔지 찾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치하루 

by kinolife 2013. 8. 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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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8M, Color

감 독 : 코노 케이타(河野圭太)

각본 : 카와구치 세이(川口晴)
원작 : 아사다 지로(浅田次郎)

음악 : 핫토리 타카유키(服部隆之)
주제곡  :  あなたへと続く道 by 코부쿠로

출 연 : 니시다 토시유키(西田敏行)
          이토 미사키(伊東美咲)
          나리미야 히로키(成宮寛貴)  
          와쿠이 에미(和久井映見)
          쿠니무라 준(國村隼)
          요 키미코(余貴美子)
          시다 미라이(志田未来)
          스가 켄타(須賀健太)
          카츠라 코킨지(桂小金治)
          이치게 요시에(市毛良枝)
          와타나베 노리코(渡辺典子)  
          사와무라 잇키(沢村一樹)                                                               

사람에게 시작이 있다면 그 역시도 끝을 지니는 법. 그 인생의 끝에 대한 짧은 이야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담백한 드라마. 정말이지 일본영화스러움의 표본처럼 별 내용없는 일뵨 영화의 일상적인 생활영화 한 편을 만날 수 있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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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기간 중에 마네킹을 옮기던 츠바키야마 과장은 충격으로 갑자기 급사한다. 자신의 죽음의 이유룰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남아 있는 삶 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츠바키야마는 지옥과 천국의 중간 지점에서 그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보너스 같은 시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주어진 약 3일의 시간동안..정리하지 못한 삶의 이면에 남아 있는 비밀들을 하나 둘 씩 알게 된다, 천국과 지옥의 중간쯤...당신이 미처 알지 못한 비밀이 있어서 그걸 알 수 있는 시간을 드릴께요..라는 영화 초입의 설정은 이후의 진행에 대한 자그마한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 생전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외모를 준 천사의 유머감각은 영화를 보는 작은 재미...못생긴 남자로서의 일생을 마무리 하고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기 위핸 외출은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라니...상상만 해도 슬쩍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다. 또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게 된 존재와의 재회 등은 지극히 영화적인 발상이며..조금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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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자신의 아들을 보고 싶었던 츠바키야마는 그 사랑스러운 아들이 자신이 결혼하기 이전부터 자신의 아내와 부하직원의 밀애 사이에서 태어 난 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그리고 자신이 죽자마자 아이의 아버지와 아내는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 위한 실새로운 가정을 준비중인 현실에 놀란다. 정말이지 궂이 몰랐으면 더 좋았을 사실을 알려주는 천사의 의도는 ..역시 그런 비밀이나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과거 역시도 지나온 자신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일까...얼마남지 않은 아들과의 시간을 통해서 츠바키야마는 스스로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직장 동료이자 옛 풋사랑의 상대의 마음도 스르르 알게 된 츠바키야마의 긴 한숨은 사랑에 대한 몰이해와 용기 없음에 대한 긴 회한을 정말이지 담담하게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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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아사다 지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된 본 작품은 소설에서의 묘미는 잘 모르겠으나, 지극히 소박하면서 담백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특별한 감동이나 깜짝 놀랄만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2시간여의 상영 시간이 스물스물 지나가버리는 일상성이 강화된 일본영화의 표본처럼 그 성격에 충실한 작품이다.

급사한 사람이 지옥과 천국의 중간에서 자신의 남긴 자리를 뒤찾아 간다는 소재 역시 일면 전혀 신선할 것 없는 평이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이야기며, 실사 안에서 다 녹여내서 특별한 흥미꺼리가 영상 안에 담겨 있는 것도 없다. 단지...죽어가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올까 하는 생각이 스쳐 든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혹은 삶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흔히 회자되지만, 죽은 자에겐 별 의미 없는 이야기...늘 인생이 그래왔고 그 안에 있는 죽음 역시도 삶과 그렇게 멀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회고한다면, 이 영화 속에 녹아있는 삶과 죽음..혹은 그 경계에 대한 철학적인 이해가 좀 더 두터워 질지도 보르겠다.

죽은 자의 모습을 통해서 살아 있는 내 삶을 되돌아 보라..그리고 조금 더 여유를 내어서 한번 웃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영화는 큰 기대 없이..삶에 대한 무모한 희망없이 ..현재의 가치를 스스로 찾으라는 작은 소명을 남겨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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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본 지금..갑자기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를 적어보면 이라는 생각이 스치는데..너무 일상적이라 생각이 나지 않거나 비록 생각이 났다 하나 너무 평이해서 심심한 단어들만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흘러가는 것..그게 살아가는 것이고 늙어가는 것이고..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든다. 별 것 없는 영화 한 편에 괜히 심오해지는 것...이 바로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맛이 아닐까 싶다.
by kinolife 2007. 7.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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